음풍농월392 돌미나리 정말 정말 오랜만에 돌미나리를 채취(?)했다. 간청재 초기 시절 미나리 엄청 많이 먹었었다. 무쳐 먹고, 생으로 쌈처럼 먹고, 샤부샤부로 해 먹고... 최고로 많이 먹은 것이 부침개다. 그때는 이것저것 마구 넣어 부쳐 먹으면 그렇게 맛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여한 없이 먹고 나니 미나리가 사방에서 올라와도 그저 잡초처럼 보였다. 몇 년 미나리는 먹지 않았었다. 엊그제 부추를 자르면서 옆에 보니 미나리가 빽빽했다. 미나리 조금만 잘라볼까? 한 움큼만 잘라서 잘 씻었다. 어제까지 빡세게 일하고 온몸이 욱신거리는데 마침 오늘 비가 온다. 뒹굴거리며 책을 읽었다. 일하고 들어오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대충 냉동실 뒤져 먹거나 고구마 감자 등등을 먹는다. 그런데 오늘처럼 집에 있으면 무엇이라도 만들어 먹는다. .. 2024. 4. 15. 밭갈이 총선 때 밭을 갈지는 못했지만(ㅠㅠ) 우리 집 텃밭은 갈았다. 며칠 사전 작업을 하고 본격적인 삽질로 밭이랑을 만들고 퇴비를 뿌렸다. 한 해 한 해 몸이 다르니 허리가 아우성이다. 역시 삽질은 힘들다. 마루에 누워 창문을 통해 보니 뒷마당 축대 위 엄나무에 순이 다 폈다. 아니 벌써? 벌써가 아니다. 정신이 없어서 챙기지 못했네... 아래 땅 엄나무를 보러 가니 완전히 잎이 다 피어 버린 나무도 있고 아직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엄나무도 있다. 같은 장소에 나란히 있는 나무들인데 순이 올라오는 것은 왜 제각각일까?? 엄나무 순도 따고 머위도 조금 잘랐다. 표고목에 몇 개 달린 못생긴 버섯도 땄다. 하루종일 삽질하고 퇴비 놓고 다듬어 놓은 밭이랑을 보며 툇마루에 앉아 흙 묻은 장화를 벗었다. 오늘 저녁은 머.. 2024. 4. 11. 초미니 온실 이것을 온실이라고 하는 것이 좀 그렇지만 그래도 나름 온실이다. 토종 오이나 수세미, 단호박 모종을 만들기 위해 씨앗을 심지만 너무도 더디게 싹이 트고 자란다. 보통은 4월 말이나 5월 초에 대부분의 모종을 심는데 씨앗을 심으면 5월 말이 되어도 시장에서 파는 모종만큼 자라지 않는다. 양양 선배에게 토종 오이 씨앗을 얻어 와서 4월 초에 심었는데 5월이 다 지나도록 엄지손가락만큼밖에 자라지 않았다. 그래도 그 작은 것이 땅에 옮겨 심었더니 늦게 자라서 오이를 선물했다. 노지에서 모종을 키우는 것은 잘 되지 않는다. 일교차가 크고 비바람 맞고 게다가 잎이 나면 벌레도 먹는다. 이번에는 고민하다가 작게 비닐하우스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작년에는 스티로폼에 넣어서 키워봤는데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었다. 처음에.. 2024. 4. 2. 느긋하게 매화나무에 꽃이 가득하다. 방 안에서 바라보면 붉은색과 하얀색이 양쪽으로 보인다. 홍매가 먼저 피었고 청매는 한 두 송이 피었었는데 며칠 전 아침에 갑자기 꽃이 가득했다. 분명 그 전날까지도 청매는 많이 보이지 않았었다. 밤 사이 꽃이 가득 피었다. 해마다 꽃은 피지만 어떤 경우에는 마음에 확 꽂힐 때가 있다. 그것은 꽃이 아니라 마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청매 홍매가 가득 피었으니 마당에 나서면 매화향이 진하다. 마당에는 벌써 군데군데 파릇파릇(?) 풀이 올라왔다. 이제 장화를 신어야 할 때가 왔구나 하며 살펴보는데 아주 자그마하게 할미꽃이 핀 것이다. 못 보고 지나칠 뻔했다. 감자를 심었으면 벌써 일을 시작했을 텐데 계속 게으름을 부리고 있다. 감자를 엄청 좋아하지만 보관이 용이하지 않아 심지 않았다.. 2024. 3. 22. 정월 대보름 올해는 보름달이 보고 싶었다. 그냥 많이 보고 싶었다. 정월 대보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간 적이 훨씬 많지만 올해는 왜 그런지 달이 보고 싶었다. 툇마루에 앉아 와인 홀짝거리며, 달 보며 달에게 중얼거리며 그렇게 보내고 싶었는데... 보름날 밤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달은 틀렸다...ㅠ 다스뵈이다 보면서 우리 집 예쁜 땅콩을 안주 삼아 언제나처럼 반주가 길어지는 술상이 계속되었다. 총선 경남지역 분석을 보면 거의 전체가 빨간색. 그중에도 내가 사는 곳은 엄청 넓은 지역이고 빨간색도 진하다. 김어준 말에 의하면 예수님이 와도 안 되는 곳. ㅎㅎ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갑자기 덧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면서 인기척이 났다. 화들짝 놀라서 문을 열어 보니 옆 골짜기 스님이시다. 눈 내리는 깜깜한 밤에.. 2024. 2. 25. 우와~ 오!!! 3일 내내 비가 내렸다. 사방에서 개구리가 울어댔다. 어젯밤까지 비 오는 소리를 듣고 잠들었는데 오늘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이 하얗다. 그렇게 주구장창 비가 내리더니 밤새 눈으로 바뀌었나 보다. 우와~~ 이쁘다. 게으른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이 예쁜 풍경이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조금씩 진눈깨비가 날리고 있었다. 입 벌리고 구경하는데 앗! 홍매가 피었다. 비가 와서 마당에도 잘 나가지 않았더니 홍매가 핀 것도 몰랐다. 오늘 하얀 눈 속에 붉은 빛이 보여 알게 된 것이다. 오!!!! 눈 속에 붉은 매화가.... 이쁘다. 눈 풍경에 우와~~ 하고 나갔다가 매화 보고 오!!! 2024. 2. 23. 눈록색의 작은 풀싹 일요일 오후, 담요 털러 나가서 양지바른 곳의 모래흙을 가만히 쓸어보았더니 그 속에 벌써 눈록색의 풀싹이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봄은 무거운 옷을 벗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던 소시민의 감상이 어쩌다 작은 풀싹에 맞는 이야기가 되었나 봅니다. 에 언급되는 계절에 관한 이야기들이 이곳 간청재에 살면서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서울에서는 책 속의 다른 이야기들이 더 많이 생각났었는데 이곳에 살면서는 감옥에서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는 것에 대한 언급이 더 잘 생각이 난다. 며칠 날씨가 궂고 을씨년스러웠는데 어제부터 해가 반짝거리고 날이 화창해 미뤘던 청소를 했다. 비 오는 날은 어김없이 고양이들의 발자국이 툇마루에 어지럽다. 청소하면서 앞뒤 툇마루와 누마루도 깨끗이 닦았다. 그러면 뭐 하나... 마루를 닦고 돌아.. 2024. 2. 8. 이전 1 2 3 4 5 6 7 ··· 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