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풍농월392 호두, 수세미 호두를 수확했다. 한 나무에 열린 것들이지만 일찍 떨어져 버린 것들, 나무에 달린 채로 청피가 까맣게 된 것들, 아직도 딴딴하게 청피가 벌어지지도 않은 것들, 딱 좋게 적당히 청피가 벌어진 것들... 천차만별이다. 올해는 비가 많이 내려서 일찍 떨어진 것들이 많았다. 떨어진 것들 중에는 멀쩡해 보여도 썩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괜찮아 보이는 것들만 골라서 깨끗이 닦고 말리고 하지만 나중에 보면 대부분 썩어 있다. 그런 것들은 말리는 과정에서 손으로 벌려 보면 쉽게 쪼개진다. 긴 장대로 쳐서 호두를 털었는데 꼭대기에 있는 것들은 그냥 포기하는 수밖에..ㅠ 청피가 단단한 것들은 일주일 이상 묵혀 두었다가 청피를 제거한다. 그렇게 하면 청피는 잘 벗겨지는데 호두가 까맣게 되어서 예쁘지는 않다. 호두 끝이 살짝 .. 2023. 9. 15. 상사화 상사화가 피기 시작했다. 2년 전 심었던 상사화가 작년에는 딱 두 개만 피었는데 올해는 꽃대가 제법 올라왔다. 봄이 되자 잎은 모두 올라왔는데 잎이 모두 지고 나니 감감무소식이었다. 올해도 꽃이 다 피지 않으려나.... 그렇게 아무 소식 없이 한 달 넘게 지나더니 뾰족 꽃대가 올라왔다. 처음 올라온 꽃대를 보고 너무나 반가웠다. 그래.. 한 개라도 어디야... 그런데 이번에는 옆에서도 올라오고 여기저기서 올라온다. 나무 밑 그늘부터 차례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분홍색 상사화를 심었는데 분홍색은 아니다. 살구색?? 수국처럼 토양에 따라 색이 달라지나? 어쨌든 안방 창문에서 상사화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닥풀꽃도 한창 피고 있다. 작년, 꽃이 이뻐서 씨앗을 따로 발아시켜 돌담 밑에 심었더니 우아하게 꽃을.. 2023. 8. 29. 백무동 가내소 매일 풀과 씨름하면서 땀을 흘리니 어차피 흘릴 땀, 지리산 계곡에 들어가서 땀 흘리고 오자. 2년 만에 가내소를 찾았다. 지척에 있으니 자주 가서 걷고 오면 좋으련만 이 게으름뱅이들...ㅠ 해가 좀 넘어가기 시작할 무렵 백무동으로 갔다. 입구에는 텐트족들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저 짐을 다 싸들고 가서 또 정리하고 얼마나 힘들까... 야영을 준비하고 떠날 때는 설레는 기분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지만 끝나고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나 같은 사람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은 한적했고 물소리가 시원했다.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그래도 지리산 계곡물에 발은 담그고 여름을 보내야지. 집에서 바라만 보는 지리산, 그 주변 언저리만 다녀가는 지리산이지만 지리산이 좋.. 2023. 8. 20. 새소리 새소리. 새가 우는 소리. 새가 노래하는 소리. 새소리에 잠이 깬다. 새소리를 처음 듣는 것도 아니고 서울에서 살 때에도 새소리를 들었었다. 물론 간청재에서도 새소리를 들었다. 계절에 따라 등장하는 새들의 소리를 들으며 계절이 바뀌는 것도 느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롭다. 새벽 5시가 되면 새들이 엄청나게 울어댄다. 창문을 열고 잠을 자기 때문에 그 소리에 잠이 깬다. 며칠째 새소리에 잠이 깨고 시계를 보면 정확히 5시다. 물론 1,2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새소리가 한참 시끄럽게 들리고 나면 새소리는 다시 잠잠해지고 매미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예초기 돌리는 소리... 한낮의 폭염을 피해 아침 일찍 풀을 깎는 소리다. 우리도 아침 일찍 날 더워지기 전에 일을 해 보려고 했지만(.. 2023. 7. 31. 때가 되면 장마, 비가 오래 많이 왔다. 그래도 가끔 해가 났고 그 틈에 무지개도 볼 수 있었다. 잡초와 뒤엉킨 호박밭에서 우연히(?) 잘 자란 단호박 두 개를 얻었다. 호박밭은 참 웃긴 것이, 아무리 잘 살펴봐도 보지 못했던 호박이 어느 날 갑자기 엄청 크게 똭!! 나타나는 것이다. 내가 살펴볼 때는 눈에 띄지 않게 어디 숨어 있었나? 쑥쑥 자라는 풀들을 감당하기 어려운 요즘이지만 나름 제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텃밭과 마당의 아이들을 보면 이제 곧 이 분위기도 바뀔 것이라는 감지된다. 올해 처음 수세미를 심었다. 잎만 무성하고 꼬투리가 달리지 않는다고 툴툴거렸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엄청 큰 수세미를 발견했다. 오이는 많이 열리는데 수세미는 하나도 달리지 않는 것이다. 꽃도 피고 작은 꼬투리도 봤는데 크지는.. 2023. 7. 26. 여름 이제 여름 문턱을 넘어섰다. 며칠간 비가 내리고 무더웠다. 살아보니 여름은 기온이 높은 것이 아니라 습도가 높은 것이 문제다. 며칠 비가 내리면 구들방이나 집 안에 습기가 찬다. 잠시 비가 그칠 때 구들방에 불을 넣는다. 집 안에도 보일러를 돌리는데 기온이 높아도 습도를 날리는 것이 더 쾌적하다. 커튼과 방석 쿠션 가리개 등등을 교체했다. 보통 6월 햇살이 따가울 때 세탁하고 교체하는데 이번에는 이래저래 일이 있어 미루게 되었다. 볼 때마다 숙제처럼 남아 있었는데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고 비가 오는 날이 많아 날 잡기가 힘들었다. 비가 그치고 잠시 해가 반짝 떴을 때 이때다 싶어 세탁하고 교체했다. 하얀색 린넨으로 바꾸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물론 하루종일 다림질 하느라 몸은 땀으로 범벅되었지만 말이다.. 2023. 7. 7. 매실, 이불 매화나무의 꽃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지만 그 열매를 그냥 썩히는 것이 좀 걸렸다. 매실을 살구 먹듯이 바로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매실은 그냥 먹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매실청을 담아 먹을 만큼 매실청을 즐기지도 않으니 그저 다시 흙과 나무의 거름으로 돌아가는 것만 지켜볼 뿐이었다. 그러다가 올해는 매실 장아찌를 담아볼 마음이 생겼다. 새콤달콤 피클 같은 맛이 날 것 같았다. 매실 장아찌는 다른 것이 아니라 매실청의 건더기와 비슷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매실청 담그는 것과 같았다. 조금 다른 것은 씨를 발라내는 것과 소금에 살짝 절여서 설탕을 버무리는 것이다. 설탕이 다 녹아 매실이 오독오독해지면 냉장고에 넣어 놓고 먹을 수 있다. 그 매실을 고추장이나 양념을 해서 반찬으로 먹기도 하지만 나는 일단 .. 2023. 6. 27. 이전 1 ··· 3 4 5 6 7 8 9 ··· 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