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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392

태풍 폭염이 계속되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이 있었다. 연이어 긴급 문자가 날아왔다. 일단 무, 배추를 심기 위한 밭은 갈았고 무는 더 미룰 수 없어 씨를 넣었다. 무씨를 넣고 한냉사를 쳤다. 태풍이 온다니 대를 땅 속에 더 단단히 박았다. 며칠 전 저녁 하늘은 노을이 지고 예쁜 달이 떴다. 태풍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띵띵이(딸아이가 붙여준 이름)를 위해 소세지를 내어 주었다. 태풍이 온다는 문자를 받으며 이것저것 대비했다. 지붕 처마 끝에 쳐 놓은 케노피도 떼고 한냉사 날아가지 않게 챙기고 재활용 쓰레기함이나 각종 농기구들 제자리에 잘 놓고 뭐든 날아갈 수 있는 것들은 다 돌로 눌러 놓았다. 하늘은 점점 변해가더니 어제 낮부터 바람이 불면서 비가 뿌리고 밤 사이 천둥, 번개, 비, 바람이.. 2020. 8. 27.
비닐 대부분의 밭농사는 비닐멀칭을 한다. 까만 비닐을 밭 이랑에 씌우는 것이다. 텃밭을 하면서도 까만 비닐을 씌우기도 하는데 나는 잡초 때문에 그렇다고만 생각했다. 까짓 거 그냥 뽑지 뭐... 하면서 비닐은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일단 마당에 까만 비닐이 보이는 것이 그냥 싫다. 흙과 비닐이 섞여 있는 모습이 그냥 싫은 것이다. 그런데 잡초 때문만은 아니었다. 비닐을 씌우면 땅 표면의 온도 조절도 되고 수분도 유지된다. 또 땅의 오염도 방지되고 해충의 피해도 막아주며 흙이 흘러내리는 것도 막아 준다고 한다. 우리 텃밭의 모든 작물들은 늦된다. 자라는 속도도 늦고 열매도 늦게 달리고 크기도 작다. 올해는 날씨와 기온이 좀 이상해서 모든 작물들이 일찍 꽃이 피고 자라지도 않아 포기하고 있기는 했지만 지난 몇 년 .. 2020. 8. 26.
휴가 어찌 보면 매일매일을 휴가처럼 보내고 있는 형편에 휴가라는 말을 쓰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상에서 아주 약간이라도 벗어나고픈 마음은 여전히 존재하므로 휴가는 필요하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다른 지역의 공기를 쐬고 바깥 잠을 자는 것. 요런 정도가 내가 말하는 '휴가'라고나 할까? 작년에는 서울에서 호캉스를 했었지만 작년 겨울부터 시작된 코로나 정국으로 그야말로 다른 곳의 공기를 쐬고 바깥 잠을 자기 힘들어졌다. 폭우를 뚫고 내려온 딸아이와 가까운 남해에 다녀왔다. 갑작스럽게 다녀오자 결정한 것이어서 코로나 정국이기는 하지만 휴가철 정점에 숙소는 예약하기 어려웠고 가 봐서 잘 수 있으면 자고, 아님 그냥 오는 것으로.... 일단 출발! 남해 여행의 목표는 장어구이를 먹는 것. 간청재 이.. 2020. 8. 18.
폭우와 폭염 사이 여름 날씨는 당연히 장마도 있고 찜통더위도 있지만 이렇게 극과 극을 오가는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폭우가 그치자 타 죽을 것 같은 햇빛이 마당을 내리쬔다. 다행히 큰 움직임 없이 마루에 누워 있으면 바람도 살랑거려 신선놀음할 만 하지만 잠시라도 마당에 나갔다 오면 바로 죽음이다. ㅠㅠ 바깥일은 오후 3시 이후에 시작하게 되는데 비 오는 동안 방치했던 이런저런 주변을 정리하는 일이다. 방울토마토는 작아서 그런지 내버려 두는데 큰 토마토는 새들이 놔두질 않아 망을 씌웠다. 그 험한 폭우 속에서 토마토건 뭐건 남아나는 것이 없을 것 같았지만 그 와중에도 토마토들이 주렁주렁....^^ 참 신기하고 대견하다. 이런 기분은 내가 간청재로 오지 않았다면 영원히 느끼지 못할 기분일 것이다. 폭우.. 2020. 8. 16.
자두 조림 태어나 처음 해 본 일이 또 생겼다. 장에서 사 온 자두가 넘나 맛이 없어 처리를 고민하다가 자두 조림을 만든 것이다. 2주 넘게 주구장창 비가 오다가 며칠 전부터 비가 그치고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물론 지금은 다시 비가 내리고 있지만.... 2-3일 간 반짝 해가 나고 엄청 더웠었다. 그때 밀린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장 보러 읍내도 다녀왔다. 쌀 떨어지는 것은 별 상관없지만 과일이 없으면 거의 불안 증세를 나타내는 나로서는 과일이 떨어져 텃밭의 토마토와 냉동실에 얼려 두었던 오디로 연명하다가 읍내 나간 김에 욕심껏 과일을 샀다. 물론 장마 중에 과일 맛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ㅠ 풋사과, 복숭아, 자두 두 종류를 샀다. 알이 작은 자두를 먼저 샀고 나중에 들렀던 가게에 .. 2020. 8. 6.
天不生無祿之人 地不長無名之草 딸아이가 내려와 함께 봉암사 스님을 찾아 뵈었다. 오랜만에 향긋한 차를 마시며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天不生無祿之人 地不長無名之草 천불생무록지인 지부장무명지초 졸업반인 딸아이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푸념 섞인 말을 하자 스님이 해 주신 말이다. 알고 있는 말이지만 이렇게 들으니 정말 마음에 와 닿는다며 좋아한다. 친분 있는 스님이 중국에서 유명한 고금연주가라며 고금(칠현금) 연주를 들려 주신다. 봉암사 동암에서 스님과 함께 듣는 고금 소리가 참으로 좋다. ​ 하안거 기간이라 짧은 만남 뒤에 스님은 다시 선방으로 가시고 우리는 다시 지리산 자락으로 돌아왔다. 딸아이는 다시 서울로 올라가고 용가리와 나는 처마 끝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또 먼 산자락을 본다. 天不生無祿之人 地不長無名之.. 2020. 7. 28.
요딩 장화 50 평생 살면서 처음 들어 보는 단어다. 아마도 내가 간청재로 오지 않았으면 일평생 들어볼 일이 없는 단어일 것이다. 정확히 '요딩'의 뜻을 알 수는 없지만 (검색해도 잘 알 수 없음) 필요한 장화를 찾다가 발견한 것이다. 용가리가 예초기 작업을 하면서 불편했던 점은 풀 조각들이 장화 속으로 마구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등산용 각반을 사서 사용했는데 그것이 불편했었다. 장화 입구를 조여주면 좋을 텐데 그런 장화를 찾다가 '요딩 장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바닥도 엄청 튼튼하고 장화 코 부분도 엄청 딱딱해서 돌이나 기타 등등에 부딪치거나 날카로운 것을 밟거나 찔려도 발 아플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인터넷으로 장화를 뒤지다가 발견한 용가리가 '너도 하나 사 줄까?' 하면서 선심 쓰듯 .. 2020.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