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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160

밥 먹다가, 울컥 셰프이자 작가인 '박찬일'의 산문집. 시사인에 연재했던 것을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다. 자신의 추억과 음식을 적절하게 버무렸다. 사실 추억의 8할은 음식이다. 음식을 보면 누군가 생각이 나고, 그 사람과 함께 했던 분위기 감정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생각하면 그와 먹었던 음식이 생각나고 그때의 분위기가 생각난다. 이번 책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거쳐간 사람들과의 소설 같은 추억들을 어렵게 꺼내 보인다. 때로는 너무 그리워서 수년간 입에 올리지 못했던 사람을, 서럽고 고달파서 쉬이 삼키기 어려운 주방노동자들의 사연을, 또 때로는 서울 변두리 동네 가난했던 유년 시절의 추억을 끄집어내기도 하면서 연신 사라져 가는 것들을 어루만진다. 박찬일은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나와 잡지사 기자 생활을.. 2024. 4. 3.
소쇄원 운림산방 가기 전에 잠시 쉬려고 진도대교 근처 까페에 들렀다. 그곳이 바로 울돌목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왔었는데 그때는 지금 진도대교가 공사 중이었다. 공사 중인 다리를 걸어서 건너며 울돌목을 봤었다. 그때도 지금도 울돌목은 물살이 세다. 다른 곳은 잔잔해도 그곳은 소용돌이가 있어 눈에 들어온다. 운림산방에서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고 진도 바다도 보고 하룻밤 바깥잠을 잤다. 바깥잠을 자는 것은 생활에서 꽤 필요하다. 하룻밤이지만 일상에서 벗어난 하루는 중요하다. 어제 오전에 떠나서 다음날 오후 돌아오는 길인데도 마을 입구부터 새로운 느낌이다. 어디 먼 곳에 아주 오랫동안 다녀온 느낌. 그래서 마을 입구도 새롭고 마을 골목길도 새롭고 간청재도 새롭다. 간청재는 새로우면서도 안락함을 다시 느끼게 한다. 그래서.. 2024. 3. 16.
운림산방 진도에 다녀왔다. 계절이 바뀌는 무렵에는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이다. 바다 내음 맡은 지 오래되었으니 바다도 보고 그림도 볼 수 있는 곳. 아침저녁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루었다는 운림산방 雲林山房. 조선 말기 남종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 선생이 49세(1856년)에 한양 생활을 그만두고 고향인 진도에 돌아와 그림을 그리고 저술활동을 하던 곳이다. 1982년 소치의 손자인 남농 허건에 의해 지금과 같이 복원되었다. 경관도 아름답지만 5대에 걸친 화맥畵脈이 참 놀랍고 대단하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허련 선생은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인물이고 3대 손자인 남농 선생은 문외한인 내 기억에도 어렴풋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유명세가 한몫한 듯하다. 4,5대 인물들은 이번 그림으로 만나게 되었는데 남다른 집안이라는.. 2024. 3. 16.
플리마켓 올해 처음 마켓이 열렸다. 3월은 조금 이른 감이 있어 4월이나 되어야 나가 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햇빛이 좋아서 참가했다. 그런데 햇빛은 좋았지만 바람이...ㅠㅠ 역시 3월은 춥다. 오랜만에 참여하는 것이라 쑥스럽기도 하고 뻘쭘하기도 했지만 나름 분위기 전환으로 좋았다. 겨우내 뜨개질하느라 새롭게 만든 가방도 없었다. 새로운 아이템, 모자를 들고나갔는데 생각만큼 반응이 오지는 않았다.^^;; 시골 살면서 모자는 필수 아이템인데... 그래도 두 개 팔았다. ㅎㅎ 자수 가방도 팔았는데 어떤 분이 오시더니 큰 가방을 집으시며 '지난번에 작은 가방 샀는데, 이 가방이 자꾸 눈에 밟혀서 다시 사려고 왔는데 계속 안 나오셔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셨다. 내 가방 사려고 기다리고 있었다니.. 감동 ㅋㅋ 봄이 시작되.. 2024. 3. 10.
간 김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서 살다 보면 도시로 한 번 움직일 때 이런저런 일을 모아 모아서 움직이게 된다. 읍내에 나가더라도 한 가지 일로 나가지는 않는다. '간 김에...' 이 말이 붙어 이런저런 일을 하고, 돌아올 때도 '또 뭐 살 것은 없나?' 다시 생각해 보고 돌아온다. 하물며 서울 한 번 움직일 때는 '간 김에...'가 더 확장되어서, 어떤 때는 주된 목적보다 더 거대한(?) 일을 계획하기도 한다. 이번 연휴에 아빠 보러 다녀왔다. 아빠 납골당에 모두 모인 것은 오랜만이다. 엄마와 그녀의 자식과 그들의 배우자들이 모두 모였다. '조금 있으면 아빠가 제일 젊겠다.. 우리들은 늙어가는데...' 함께 점심을 먹고, 날짜를 잡은 조카의 결혼을 이야기하고, 더불어 결혼식 참석을 위한 양복에 대해 걱정하고.... 2024. 3. 4.
뜨개실 처리 전에 만들었던 스웨터를 다시 풀어 옷을 뜨면서 남는 실들로 모자를 떴다. 그렇게 남은 실들을 처리하면서 다락에 있는 실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뜨개질 시작하면서 실을 구입할 때 서비스로 받은 실들이 있었다. 한 번 주문할 때마다 두 볼의 실을 서비스로 받았는데 색상과 질감이 천차만별이다. 두 볼의 실로 완성된 옷이나 소품을 뜨기 어려워 그냥 방치했었는데 어떻게든 사용해 보기로 했다. 이런저런 스웨터나 소품을 뜨고 남은 실들과 함께 무언가 만들기로 했다. 한 가지 색으로는 어림도 없으니 조각보 만들 때처럼 조각무늬 스웨터를 떠 보기로.... 색상 되는 대로, 대충 실의 굵기를 맞춰서 만들었다.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아무리 되는 대로 떠 나간다고 해도 색상이 영 말도 안 되게 배치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이.. 2024. 2. 21.
올드 코리아 Old Korea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는 1919년 3월 한국에 처음 방문한 이래 여러 차례 한국을 여행하면서 한국의 문화와 자연, 생활 모습을 담은 수채화와 채색 목판화를 많이 그렸다. 엘리자베스 키스의 사실적인 그림과 그림에 대한 설명, 언니 엘스펫 키스 로버트슨 스콧의 글을 더해서 당시 한국의 생활 모습과 사회적인 상황을 잘 보여주는 책 를 1946년 출간했다. 이 책은 2006년 번역 출간된 에 옮긴 이 송영달 교수가 자신이 수집한 그림을 더 하고 해제를 붙여 원저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그림을 수록한 완전 복원판이다. 당시에 한국을 방문했던 외국인들, 선교사 교육자 여행자들이 남긴 그림이나 글은 지금도 볼 수 있지만 엘리자베스 키스의 글과 그림은 조금 남다르다. 일단 키스 자신이 열린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지고.. 2024.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