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痛飮大快
  • 통음대쾌

심심풀이160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말기 암으로 죽음을 앞둔 철학자 미야노 마키코와 의료인류학자 이소노 마호가 주고받은 편지를 엮어 출간한 책이다. 책을 읽고 생각한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필연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죽음은 필연이다. 하지만 죽음은 미래의 일이다. 지금 경험할 수는 없다. 죽음을 제외한 어떤 것도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에 필연은 없다. 원인 결과 합리성 가능성 위험성 등의 말들로 필연을 찾아내려고 하지만 더 파고들면 '우연'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책에서 보면 우리에게 찾아오는 우연은 '없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있는 것'과 '있기 어려운 것이 있는 경우'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만났을 때 굳이 피하고 싶지 않고 혹은 아름답게 묘사하고 싶은 '우연'과 살면서 절대 .. 2024. 1. 19.
뜨개질 이번 겨울을 뜨개질과 함께 보내고 있다. 옷장 안에서 부피를 차지하고 있는 스웨터 세 개와 조끼 하나를 풀었다. 몇 년 전 간청재 내려와 뜨개질 시작할 때 만들었던 것인데 그때는 예뻐서 떴지만 입기가 불편했다. 소매가 넓어서 외투 안에 입기가 힘들고 스웨터 하나만 입기에는 날씨가 받쳐주지 않았다. 조끼도 생각보다 실용도가 떨어졌다. 결국 외투 안에 입을 스웨터를 다시 뜨기로 했다. 그런데 실을 다시 풀어 다른 옷을 만들려면 실의 분량이 중요하다. 어설프게 시작하면 실이 부족할 때 오는 낭패감을 겪게 된다. 그래서 결국은 먼저 옷보다 작은 크기의 옷을 만들거나 조끼 같은 경우에는 다른 소품을 만들거나... 다른 실을 합쳐서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그런 비슷한 실의 질감과, 또 어울리는 색감을 만들어.. 2024. 1. 13.
크리스마스와 서울의 봄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에 딸아이가 다녀갔다. 연말연초 연휴는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연휴는 가족과... 나름 생각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ㅎㅎㅎ 크리스마스에는 케잌이 빠질 수 없으니 신경 써서 준비한 케잌. 예년과 다르게 호텔 케잌이었다. 오전에 픽업해서 오느라 바빴다고 생색을 냈다. 시즌 한정, 예약 주문만 받는 딸기 생크림 시그니쳐 케잌이란다. 엄마가 딸기 생크림 케잌을 좋아하니 한 번은 사 오려고 했는데 갈수록 가격이 올라서 이번에 맘먹고 샀단다. 가격은 정말 사악하지만 맛은 좋았다. ㅋㅋ 딸아이는 내려오기 전부터 크리스마스 연휴에 영화를 함께 보자고 했다. '서울의 봄'을 꼭 같이 보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보고 싶지 않아서 여태껏 보지 않았었다. 천불이 나서 끝까지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2023. 12. 26.
황금종이 지난주 팔순 넘긴 작가의 신작 책이 도착했다. 조정래 작가의 신작을 구입하는 것은 그냥 예의다. 책이 도착하고 책꽂이에서 '황홀한 글감옥'을 꺼내왔다. 2009년 '작가생활 40년 자전에세이'란 부제가 붙어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조정래 작가에 대해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말 그대로 글감옥에서 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감옥은 황홀했다. 대단한 사람. 대단한 사람... 팔순이 넘긴 지금도 여전히 작가는 황홀한 글감옥에서 살고 있다. 여전히 국민체조를 하고 육필로 원고를 쓰며 규칙적인 글쓰기를 하는 황홀한 글감옥 안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글을 또 계획하고 있으니 즐겁게 기다릴 것이다. 아직 책을 읽기 시작하지 않았다. 읽던 책을 마저 읽고 시작하려는데 맛있는 과자 숨겨 놓은 것처럼.. 2023. 12. 17.
나와 타나샤와 흰 당나귀 며칠째 날이 춥다. 열흘 넘게 바깥출입이 없다. 바람이 많이 불기도 하고, 을씨년스럽기도 하고, 햇빛은 쨍하지만 공기는 매서운 날이 반복된다. 지리산 천왕봉에는 하얗게 눈이 쌓였다. 겨울이 느껴지니 백석 시집을 찾게 된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 2023. 12. 1.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저녁 콘서트 보기 전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봤다. 딸아이가 함께 보고 싶어 했다. 이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지만 팬심으로 봤다. 용가리와 나, 딸아이.. 우리 가족에게는 정겨운 작품이다. 거의 대부분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들을 함께 봐왔기 때문이다. 은퇴를 번복하고 (그것도 두 번이나) 80이 넘어 만든 작품이니 봐줘야 하지 않겠나... 영화는 지금까지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여러 영화들을 적절하게 버무려 놓은 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그 흔적들이 많이 보였다. 단지 제목이 너무 비장한 느낌을 준다. 제목을 왜 그렇게 했을까? 제목에 별 공감은 가지 않는다. 그래도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역시 지브리의 느낌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정겹고 좋았다. 영화.. 2023. 11. 21.
콘서트 9월 말이었던 것 같다. 뉴공을 듣고 있는데 '이진우'라는 색소폰 연주자가 출연했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포드 마샬리스'의 아버지, 재즈계의 거장 '엘리스 마샬리스'의 마지막 제자라는 말에 귀가 번쩍. 게다가 '임현정'피아니스트와 듀오 콘서트를 한다는 말에 마음이 콩닥거렸다. 그래, 오랜만에 서울 가서 콘서트 보지 뭐! 서둘러 예매했다. 11월 18일 공연이었다. 한 달 반이나 남은 상황. 예매하고 달력에 동그라미 쳤다. 그러고 보니 내 생일 다음날이다. 용가리가 이 콘서트로 생일 퉁치자고 했다. 그리하여 콘서트 예매 때문에 서울에서 생일도 하게 되었다. 호텔 예약하고 오랜만에 이탈리안 음식도 먹고 영화까지... 겸사겸사 서울 생일 투어 ㅎㅎㅎ 듀오 콘서트는 좋았다. 재미있었다. 임현정 피아노 연주를 직.. 2023.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