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160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Clouds of Sils Maria 눈발까지 날리는 어두컴컴한 추운 날에는 영화 몇 편 때려주는 것이 예의 아닌가!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Clouds of Sils Maria 50대 줄리엣 비노쉬를 만났다. 그녀가 나오는 영화를 많이도 봤었다. 블루, 퐁네프의 연인들, 데미지, 초콜릿, 잉글리쉬 페이션트..... 50대의 그녀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나이들어 보였지만 그녀는 그녀였다. 그리고 너무도 당연하게 나이를 먹었다. 여전히 여배우였다. (Clouds of Sils Maria, 2014)는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이 연출한 영화이다. 마리아 엔더스(줄리엣 비노쉬)는 20년 전 자신이 출연했던 연극, ‘말로야 스네이크’의 리메이크 작에 출연한다. ‘말로야 스네이크’는 능력 있는 40대 ‘헬레나’가 젊고 매력적인 부하 직원 ‘시그리드.. 2023. 1. 26. 왕년에 아주 가끔 연주회 하는 꿈을 꾼다. 대학 시절, 또 졸업하고도 얼마 동안 써클 활동을 이어갔다. 지금은 '동아리'라고 하지만 내 시절에는(라떼는) '써클'이라는 말을 썼다. 내가 활동했던 써클은 '취주악부 吹奏樂' 딱 봐도 일본식 명칭이다. 그만큼 오래된 써클이다. 지금은 '관현악'이나 '윈드 오케스트라'로 더 많이 부른다. 관악기와 타악기로 구성된 합주단이고 퉁 쳐서 '밴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취주악에서 대취타를 연상해 취타대로 알고 국악기를 연주하는 써클로 오인받기도 했다. 사실 취타대의 서양악기 버전이 취주악, 콘서트 밴드, 윈드 오케스트라 정도 되겠다. 용가리도 이 써클 출신이다. 트럼펫을 불었다. 3월 신입생 연주회, 5월 축제 연주회, 9월 정기 연주회, 이렇게 1년 3번 연주회를 했고 졸업.. 2023. 1. 7. 누더기? 이것저것 만들고 남은 천 조각들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천을 재단할 때는 되도록 낭비 없이 하려고 머리를 엄청나게 굴리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자잘한 조각들도 혹시 쓸 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모아 두었더니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어정쩡한 크기의 천들도 있어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웠다. 그럼 가리개를 만들어 볼까? 이렇게 마음먹은 것이 화근이었다. 처음 생각에는 천 조각을 크게 하면 별로 손이 많이 가지 않고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조각 천을 없애려고 했지만 오히려 천을 잘라 조각을 만드는 지경이 되었다. 아무렇게나 대충 붙여 만드려고 했지만 만들다 보니 색깔이나 크기가 그렇게 되지가 않았다. 손바느질로 조각을 이어야 하기 때문에 바느질을 줄이기 위해.. 2022. 12. 27. 시민의 불복종/맹자/ 진격의 10년,1960년대 겨울, 내 곁에서 같이 뒹굴거릴 책들이 도착했다. [시민의 불복종-헨리 데이빗 소로우] 일단 책 표지가 예쁘다. 160여 년 전에 나온 책이고 간디나 톨스토이, 함석헌 신부에게도 큰 영향을 준 책이라 한다. 나는 누구에게 강요받기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숨을 쉬고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보도록 하자. 시민의 불복종 첫 장 표지에 딱! 쓰여 있다. 가슴이 두근두근..... [맹자] 맹자는 여기저기 인용된 것을 보거나 얻어 듣거나 했지만 '맹자'책을 읽은 적은 없다. 중학교 도덕 시간, 공자 맹자 배울 때 선생님이 맹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는 내 길을 간다.' 대충 이런 의미로 말씀하셨는데 그때부터 내.. 2022. 11. 26. 하얼빈 김훈의 담담하고 담백한 문장들이 가슴을 파고든다. '안중근 의사'라고 학교에서 배웠고 친숙하게 알던 이름이었지만 31살의 청년 안중근을 만나지는 못했었다. 천주교인 도마 안중근. 도주막의 어둠 속에서 잠을 청하는 밤에, 안중근은 이토의 육신에 목숨이 붙어서 작동하고 있는 사태를 견딜 수 없어하는 자신의 마음이 견디기 힘들었다. 이토의 목숨을 죽여서 없앤다기보다는, 이토가 살아서 이 세상을 휘젓고 돌아다니지 않도록 이토의 존재를 소거하는 것이 자신의 마음이 가리키는 바라고 안중근은 생각했다. 이토의 목숨을 제거하지 않고서, 그것이 세상을 헝클어뜨리는 작동만을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러니, 그렇기 때문에, 이토를 죽여야 한다면 그 죽임의 목적은 살殺에 있지 않고, 이토의 작동을 멈추게 하려는 까닭.. 2022. 11. 16. 안목眼目, 근원近園 김용준金瑢俊 안목, 격조, 품위... 이런 말들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필요한 것들인데 갖추기는 참 힘들다. 유홍준의 [안목眼目]은 여기저기서 읽었던, 들었던 인물들과 그 작품들도 많이 나와서 비교적 친근하게 읽을 수 있었다. 다음에 박물관 가면 꼭 봐야 할 연적과 그림, 도자기도 찍어 놓고 안목의 깊고 높고 넓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예술을 보는 안목은 높아야 하고, 역사를 보는 안목은 깊어야 하고, 현실정치 경제 사회를 보는 안목은 넓어야 하고, 미래를 보는 안목은 멀어야 한다.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도 다시 들여다보며 감동했다. 신영복 선생님의 맑은 성품을 보여주는 글씨와 그림과 그 문장들도 다시 보았고 화가 박수근을 읽으면서 박완서의 [나목]을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2022. 11. 1. 자수 가방 가방 두 개와 다포 하나를 만들었다. 새로운 도안은 아니고 처음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의 자수 도안이다. 울(wool)실이 들어가서 폭신한 느낌이 난다. 남은 울실이 있어서 만들어 보았다. 선물할 일이 있는데 마땅한 것이 없어 작은 필통을 만들었다. 필기구를 좋아하는 분이라서 적당할 것 같다. 받는 분이 좋아했으면 좋겠다. 보통 여름에 피는 수국이 뒤늦게 피었다. 작년 가을 작은 묘목을 심었었는데 봄에 잎이 나서 다행이다 싶었다. 올해 꽃은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다 늦게 꽃이 피었다. 파란색 수국을 기대했는데 분홍색이다. 산성 토양에서는 푸른빛을, 염기성 토양에서는 붉은빛을 보인다는데 우리 집 토양이 염기성인가? 백반을 물에 녹여 주면 푸른 수국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한 번 해봐야겠다. 분홍 꽃도 .. 2022. 10. 18. 이전 1 ··· 5 6 7 8 9 10 11 ··· 23 다음